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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디오천국, 김장훈 who, 이승환 정석원을 분석
http://essenbi.blogspot.com/2008/07/kbs-coolfm-djyou-radioheaven-20080702.html
강명석 이노래 인터뷰
http://blog.naver.com/tte99?Redirect=Log&logNo=70010840041
강명석(이하 L) : 안녕하세요.
이승환(이하 H) : 안녕하세요. 오랜만이에요. (L의 이어폰을 보며) A8 쓰시네요?
L : 예. 사실 이건 음질 보단 밖에서 들으려고 순전히 폼으로 샀어요 ^^;
H : 그래도 그거 괜찮은 편이잖아요. 저도 공연 모니터링 할 때 그거 쓰는데. 그게 표현할 수 있는 음역대가 넓어서.
L : 예. 그런데 리뷰 하려면 아무래도 이것 보다는 MDR-7506을 쓰는 게 더 정확해서... 요즘 아이팟을 사서 거기에 WAV로 CD음질로 들어서 모니터를 하니까 그게 전에 쓰던 소니 EJ-2000보다 낫더라구요.
H : 그래요? 아이팟이 좋아요?
L : 그게 그냥 mp3를 돌릴 때는 되게 심심한데, 사실 아이팟은 wav나 아이팟 전용 포맷 (AAC)를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거거든요. 그래서 아이팟으로 WAV를 돌리니까 사운드가 하나하나 정확하게 들리더라구요. 그러니까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려고 이승환씨 <반란> 앨범을 들었는데 전에는 ‘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’에서 나오는 기타가 넓게 퍼진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 기타의 정확한 위치는 잘 안잡혔거든요. 그런데 이걸로 들으니까 디스토션 기타가 다른 사운드보다 조금 뒤쪽에서 약간 밀려오듯이 퍼지면서 옆으로 흐르는 게 들리더라구요. 그만큼 표현력이 더 섬세한 거 같아요.
H : 맞아요. 그 때 공연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기타 소리를 뒤로 좀 뺐거든요. 정확하게 들었네요.
L : 그 앨범 녹음 참 좋았는데.
H : 뭐, 그래도 망했는데 ^^;
L : 그래서 이번 앨범이 CD로 내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되는 건가요?
H : 그렇죠. CD가 기념품이 됐잖아요. 놀이동산같은 데서 놀고나서 하나 살까하고 사는 기념품.
L : 그래도 음질 좋은 사운드로 듣고 싶은데...
H : 그래서 정 안되면 WAV로 인터넷에 돌릴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. 요즘 인터넷 속도도 빠른데 다운로드 받으려면 좀 큰 용량으로 받으면 좋잖아요.
L : .......... 음악 듣죠.
[ 이 노래 ]
H : 사람들이 내가 가오를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타이틀을 꼭 거대 발라드로 무거운 걸 많이 했다고 그러더라구요. 그래서 첫곡에 그런 걸 놓는 게 트렌드가 아닌 거 같아서 이걸 먼저 놨어요. 이 노래라는 가사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처음에 놨기도 했고.
L : 창법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.
H : 창법은 조금씩 다 달라졌을 걸요. 제 창법이 원래 비명과 노래를 같이 부르는 스타일이잖아요 ^^ 그걸 많이 없앴고, 타이틀에서는 내가 워낙 거친 목소리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많이 긁기도 하고 그랬어요.
L : 지난 앨범에서 '나무꾼의 노래'에서 굉장히 담백하게 조금씩 톤만 묻어나는 목소리로 변화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, 이 노래 같은 경우는 조금 더 강조가 된 거 같아요. 그 음역대하고 색깔만.
H : 예. 그렇죠. 이 노래는 사실 처음 받았을 때 피아노 연주로만 받았는데 그 땐 이 노래를 되게 처연한 슬픔이라고 생각했었어요. 그래서 가사를 슬프게 썼어요. 전해성씨가 원래 가사도 쓰신데요. 그런데 가사 쓰면 제가 저작권료 뺐기잖아요.
L : 으하하하!
H : ^^ 그리고 제가 쓰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. 제가 막 먼저 써서 이 가사 어떠냐 하니까 흠흠흠... 이러는 분위기더라구요. 이규호씨 노래 한곡빼곤 제가 가사를 다 썼는데, 곡이 만들어지고 나니까 미디엄 템포에 이렇게 심플한 곡으로 나온 거에요. 그래서 노래를 어떻게 한다? 그러다가 노래를 이렇게 불렀죠.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했었어요. 슬프게? 막 담담하게? 그러다 중간쯤으로 고른 게 이거에요. 제가 좀 달라진게 예전에 녹음할 때는 섬세하게 하나하나 다 체크하면서 불렀는데 이번에는 일단 한 번 부르고 다시 또 부르고, 불러서 여러 개 중에 가장 좋은 버전을 골라서 썼거든요. 이게 외국에서는 다 이렇게 하는데 제가 지금까지는 노래를 잘 못 불러서 ^^
L : 하하 (...)
H : 사실 제가 이번 앨범을 초조해하지 않았어요 조급해하지도 않고. 욕심이 많이 없어진 거 같아요. 마지막이니만큼 내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봤고, 내가 프로듀서로서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생각하거든요. 내가 알고 있는 미국 세션맨이나 음악에 관해 알고 있는 한국적인 노하우들, 그런걸 다 해봐서... 저 때문에 편곡자들이 고생은 많이 했죠. 지찬이, 성제, 영환이... 왜냐하면 편곡을 계속 깠거든요 ^^ 마음에 안들면 다시 해와라 다시 해와라 이러고.. 정 안되면 편곡자를 바꾸고.. 미안하다, 바꿀게. 이러면서 ^^ 그게 다 오래되서 가능한 걸 거에요. 만약에 성제가 다른데서 그렇게 됐으면 난리가 났겠죠 ^^; 니가 날 뭘로 알고! 이런 상황이 되는 건데.. 다 착하게 해줬어요.
L : 8집에서도 그랬고 장르별로 한두곡씩 하면서 컴팩트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. 6집에서는 앨범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거나 7집은 싱글별로 다 해본 거 같았는데 KARMA에서는 이승환씨가 해왔던 걸 컴팩트하게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. 뭔가 변화의 시점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.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요?
H : 변화의 계기는 대중성을 고려한 거죠. 지금 트렌드가 무거운, 진지한 이런 것들을 싫어하는 상황이 되니까. 내 색깔을 주고, 걸러내고... 우리가 처음 녹음을 할 당시부터 무거운 걸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. 물론 그래도 다른 것들에 비하면 무겁겠지만 제 나름대로는 노력했어요.
L : 이번이 CD로내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면 앞으로는 어떤식으로 음악을 하실 생각인가요?
H :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. 대세가 mp3라면 mp3밖에 안되겠죠. 그래도 만약 누군가 좋은 음질을 원한다면 웨이브로 따로 공급하거나, 아니면 96k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96k로도 되고... 사실 저희가 원래 이 앨범을 DTS로 내려고 했었어요. 그런데 문제가 역시 돈이었죠. DTS를 하게 되면 작업량이 두 배, 세 배가 되는데.. 저희가 섭외한 진짜 잘하는 엔지니어 아저씨가 시간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어디서까지 밖에 안되 이러니까.. 그래서 역시 투채널 믹싱만 해야지 안되겠더라구요. 그런데 뭐 DTS 앨범 나왔으면 한 120장 정도 나가지 않았을까...
L : 참 안타까운게 DVD냈을 때도 그걸 DVD방 가서 본 분들이 많더라구요 ^^;
H : 아.. 맞아요. DVD방 가서 보고, 이게 왜 내 컴퓨터에서 안돌아가요? 혹시 CD롬인가요? 네. 이런 분위기고...
L : 생각외로 DVD를 5.1로 보시는 분들이 별로 많지 않더라구요.
H : 저도 그게 이상하긴 하더라구요. 뭐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. 그런데 사실 제 DVD를 집에서 볼 때는 세팅을 다르게 해요. 너무 라이브틱 해서.
L : 심하게 라이브틱 하죠 ^^ 그게 좋던데.
H : 그런가요? 그런데 그게 오래 들으니까 좀 그래서.
L : 그런데 그 DVD는 생소리로 쫙 다 뽑혀 나오잖아요. 그래서 그냥 공간 넓은데서 들으면 정말 좋군 이러면서 듣는데.. 그 타이틀에서 인상적이었던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었나? 그 곡에서 하울링이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데 이승환씨가 거길 쳐다보시더라구요. 그래서 음, 정말 생소리로 다 했군 이러면서 봤었어요 ^^
H : 그랬죠 ^^ 그러니까 그게 97년부터 라이브 레코딩했으니까.. 노하우가 쌓일만큼 쌓여서 맨날 우리 애들 집으로 데려다 와서 들려주고 그랬거든요. 그리고 우리집은 좋은 시스템이고 여기(드림팩토리)는 좀 안좋은 시스템이라 맨날 애들한테 야, 들어 이러면서 그 중간쯤을 찾으려고 노력했죠.
L : 예. 그 타이틀 믹싱 정말 좋았는데..
H : 그런데 아직 초도가 안팔렸어요. 하하하
L : 그러니까요. 그게 세상에 얼마나 한다고...
H : 그거 지금 7천 얼마에 팔지 않나? ^^ 뭐, 제 이미지가 약간.. 그런게 있나봐요. 발라드 가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정작 사운드 마니아들은 기대하지 않는 거 아닐까...
L : 그건 아닐거에요. 디비디 프라임에서 정말 다들 인정했었으니까. 다만 그런 사람들이 소수인거 같아요.
H : 하긴 진짜 소수인 거 같아요. 네이버에도 800명이 악플의 90%를 단다는데.
L : 그런데 요즘 행보를 보면 음악에 더 집중하는 느낌도 들어요. 지난 번 <꿈꾸는 음악회>도 쇼적인 걸 배제한 공연이었는데.
H : 그건 계기가 있었어요. 스팅 내한 공연을 했을 때 내가 표를 사서 우리 밴드를 데려갔었는데, 그 공연 보고 소주 마시면서 망연자실했거든요. 저들에 비하면 우린 오합지졸, 발톱의 때다. 심지어 엑스트라로 드러머를 어린 친구로 데려왔는데 저 어린 것이 우리보다 잘하고. 그래서 우리가 이럴 게 아니라 음악만을 하는 공연을 하자고 해서 <꿈꾸는 음악회>를 했는데 너무 즐겁게 연주를 했어요. 밴드의 결속력도 좋아지고. 관객들도 너무 좋아했고, 다른 것 없이 소리에만 감동을 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. 그래서 앞으로도 상반기에는 음악회, 하반기에는 쇼적인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. 그리고 클럽 공연하고. 사실 <꿈꾸는 음악회>는 쇼가 아니라서 잘 안 돼요. 음반도 7천장 나갔어요. 난 그래도 2만장은 나갈 줄 알고 그만큼 찍었는데. ^^
L : 이번에는 <무적 2006>이라고 했는데, 다시 무적이란 타이틀을 들고 나온 이유가..
H : <무적>은 저한테 매우 의미가 깊었어요. 정말 제 공연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하는데, 이번에는 그 때만큼의 에너지가 생긴 것 같아요. 열정이나 체력, 스텝, 아이디어까지 전부. 4집이 전환점이었듯이 이번 앨범도 나에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고. 그래서 다시 <무적>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었어요. 앨범도 지금 스탭들이 형 앨범 중엔 사운드가 제일 좋은 거 같다고 말을 하고 있고. 비처럼 외국 스탭들과 거대 자본을 투입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가진 한계 내에서 최고를 해보고 싶었죠. 그래서 나는 그냥 <무적>으로 할래요라고 했는데 지금 스텝들이 다 쫄아 가지고 ^^;
L : 그런데 일각에서는 무적 이후로 공연이 음악 자체가 확 바뀌지 않는다면 공연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질 수는 없고 조금씩 곡이 추가되는 식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?
H : 음.. 글쎄요. 제가 아무리 창법을 바꿔도 모르는 사람들은 똑같다고 하듯이, 공연도 마찬가지인거 같아요. 우리는 공연을 매번 바꿔왔거든요. 그런 차이 아닐까요? 전체를 못보니까.. 그리고 우리 공연을 늘 다른 곳에서 베껴가니까 계속 같은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.
L : 그럼 <무적 2006>의 컨셉은 어떤 건가요?
H : 아트디렉터 개념을 도입했어요. 무대와 의상과 색깔을 모두 하나의 컨셉으로 일관되게 잡아서 가는 걸로. 예전엔 각자 다 달랐거든요.
L : 아까 비 얘기도 잠깐 나왔지만, 요즘 후배 중엔 싸이나 비의 공연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, 요즘 국내 공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?
H : 싸이나 비나 좋다고 생각해요. 난 기 많은 애들을 좋아하니까. 기가 세서 좋아하거든요. 무대에 그만큼 퍼부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좋은거니까.
L : 요즘 국내 공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?
H : 공연이 일단 많이 줄었고... 요즘 공연을 너무 쉽게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.. 1주일 연습하고 공연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까.. 그리고 뮤지컬 보듯 공연을 보려고 해서.. 사람들이 계속 공연을 음악 들으러 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.
L : 다른 사람들은 다 어떻게 돈 버는지 모르겠어요.
H : 그런데 이게 이렇게 된 거 같아요 돈이 돈을 번다고 어른들이 말했듯이.. 그렇게 많은 팬들을 가진 거대 기획사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다 알게 되는 거 같아요. 팬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거나, 트렌드를 맞춰서 돈을 벌거나...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트렌디 하지 않잖아요. 그래서 우리가 도태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 아닌가... 뭐 우리가 마케팅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. 마케팅을 잘하려면 내 생각으론 똥물에 발을 담궈야 하는데 그러긴 싫고. 그런데서 오는 딜레마가 굉장히 심했어요. 그래서 2,3년전만 해도 되게 괴로워 했어요 .그런데 이번 앨범같은 경우는 뭐, 어차피 망할텐데. 야 그냥 기둥뿌리 하나 뽑고, 야 가자. 그랬어요. 제가 생각해도 이번 앨범은 덜 느끼해요. 덜 오일리 ^^; 해요. 제 목소리에서 욕심이 빠진거 같아요. 잘해야 해 같은 욕심같은 거.
L : 예. 그래서 다른 회사 어떤 분은 여기 발 담그지 말고 외국 나가서 승부 보자는 분도 계시고...
H : 저도 일본 진출 생각하는 이유가.. 거기서는 로컬 밴드 만들어서 돌아다니면 3만장은 팔리니까.. 그리고 앨범 가격이 세배니까...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하는 사람을 예우하잖아요. 돈보다도 예우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봐요. 그래야 이 땅에 앞으로 음악하는 후배들이 생겨나는 거지.. 이러면 옛날에 우리 부모님이 우리한테 무슨 딴따라를 하려고 그래? 다시 그 때로 가는 거에요.
L : 연기한다고 하면 그래도.. 너 연기 학원에 다녀보지 않겠니? ^^ 이러는데...
H : 맞아 맞아 ^^ 몸좀 만들어보지 않겠니? 이러고
L : 일본에서의 반응은 어때요?
H : 아직은 시작 단계죠. 그런데 일본에서 참 느낀 게... 거기 쇼케이스 때 그렇게 작은 곳에서 공연을 해도 사운드가 너무 좋더라구요. 밴드들이 공연 끝나고 나니까 어떻게 이렇게 잘 들려? 이 조그만 곳에서. 그래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. 그런 시스템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. 그런데 일단 저는 무슨 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빽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저 혼자 알아 보는 수밖에 없어요.
L : 토시하고는 내일 공연이죠?
H : 토시는 그냥 내한 온건데... 걱정 되는 게 X-JAPAN 노래 안부르고, ‘Endless rain' 안 부른다고 하고... ^^;
L : 하하 (.....)
[ 그늘 ]
H : 이 곡은.... 이제 데이빗 캠벨 아저씨가 늙었다는 거죠.
L : 하하하!
H : 전보다 파워가 좀 떨어진 거 같아요. 편곡할 때나... 물론 파워가 필요한 곡은 아니고 메일로 심플하게 하길 원한다, 흘러가듯이 해달라고 했는데, 좀 쉽게 가신 거 같아요. ^^ 그런데 일단 뭐.. 언제나 규호 곡이 가진 야리꾸리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^^ 규호곡이요, 정말 음악하는 사람들은 아는데, 멜로디가 어디로 갈지 몰라.
L : 그렇죠.
H : 하면서.. 왜 여기로 가지? 할 정도로 과격하게 움직여서...
L : 그게.. ‘나무꾼의 노래’ 할 때 특히 그랬던 거 같아요.
H : 그러니까. 내가 그거 하나 불러놓고 맨날 들었어요. 못 외워가지고 ^^
L :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한 번 부르는데, 보통은 가사 따라 부르다보면 그냥 쭉 따라갈 수 있는데... 나무꾼의 노래는.. 순간적으로 잠깐! 여기서 A가 나와야 해 B가 나와야 해?
H : 갑자기 확~ 가죠?
L : 미안하고 미안하고...하는데 잠깐! ^^;
H : 하하..... 하지만, 얘도 뭐... 음악 안할래요... 이러고 있고.
L : 그럼 어떻게..?
H : 자전거 타요 요즘에는. 우리 동네 애들 다 자전거 타요. 왜냐하면 자전거가 제일 돈 안들고, 한강고수부지가 예쁘고 그러니까... 요즘에 음악 잘하는 애들 다 자전거 타요. 하하.
L : 그러고 보니까 정재일 씨는 또 뭐하고 지내시나요?
H : 정재일이... 드디어 세션도 하고 편곡도 해준다고.. 얼마전에 재일이가 세션을 해? 하고 물어보니까 주변에서 세션한데요.. 이러고.. 너무 힘드니까.
L : 전에 제가 우연히 필립 헤레베헤가 바하 종교음악 공연을 하는 걸 봤었는데... 그 때 그 공연에 오셨더라구요. 그래서 아.. 이런 음악까지 다 챙기시는 구나 싶었는데.. 그런 분이 패닉 앨범 참여했던 거 말고는 별다른 소식도 없으니까..
H : 그러니까 그냥 춤을 더 잘추는 게 더 나았을 거 같아요 ^^;
L : 그런데 규호씨는 성향도 그렇고 일본쪽으로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드는데
H : 걔는 되게 유유자적이라.. 뭐.. 놀래요~ 이러고 ^^ 그런데 고마웠던게, 얘가 나하고 연락하면서 형을 위해 곡을 써놨어요 이러는 거에요. 요즘 그렇게 그냥 곡 잘 안주잖아요. 얘 곡은 언제나 그렇지만, 그냥 데모만 들었을 때는 전혀 몰라요. 가사를 붙여봐야 알아요. 가사가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 들어야 감동이 밀려와요. 가사는 사실 ‘꽃’도 그렇고 이 노래도 그렇고 무슨 노랜지 잘 모르겠어요. ^^
L : 하하하!
H : 그런데 듣고 있으면 너무 좋아지니까.
L : 들으면 ‘꽃’도 생각나고 ‘나무꾼의 노래’도 생각나고 그러는데... 이규호씨 노래같은 경우는 ‘나무꾼의 노래’ 때도 처음엔 이승환이란 사람의 창법이 참 담백해졌구나, 이 부분이 매력있구나 싶었는데, 지금은 제가 그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두 곡중 한 곡이거든요. 계속 듣다보면 밀려오는 게 있더라구요.
H : 예. 한 방에 오는 게 아니죠.
L :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무한반복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.
H : ‘꽃’같은 경우도 공연 때 가수가 되게 재밌는 곡이에요. 부르면서 감동스러우니까...... 그런데 내가 ‘꽃’을 타이틀로 밀었다는 건 정말 실수였어요.
L : ......................... 뮤직비디오도 참 좋았는데.
H : 그런데 대중한테 너무 어려워.
L : 제가 ‘꽃’의 후렴구의 그 ‘미묘한 넘김’ ^^ 을 참 좋아하는데 그건 처음 들어서 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. 요즘 노래들은 두 번 들을 때 결판 내야하니까.
H : 아, 그런데 제가 스트링 편곡에 대해 잘못 평가한 거 같아요. 이 곡이 지찬이가 편곡을 한 다음에 스트링 편곡을 한 곡이기 때문에... 사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요. 지찬이가 계속 리듬을 깔아놓은 상태여서...
L : 데이빗 캠벨이 후반부에 서서히 올라올 때 그 부분만 힘을 준 거 같은데요. 딱 하나 임팩트만 주고...
H : 예 맞아요. 하도 돈을 많이 들였기 때문에... 내가 심플하게라고 괜히 말했나? ^^ 그런데 LA쪽 스트링 사운드가 풍부하고, 힘이 좋고, 활소리가 확확 잘 들려요. 다른데는 잘 뭉쳐서 이게 키보든지 신스인지 그렇게 들리는데.. 그런 매력 때문에 거길 했던 건데, 이 노래는 내가 보컬의 힘으로 끌고 나갔어요. 그래서 편곡도 심플하게, 스트링도 심플하게.. 이렇게 갔었어요. 그러니까.. 제가 데이빗 아저씨를 욕한 건 잘못한 거에요 ^^;
L : 그런데 나무꾼의 노래 같은 경우는 어쿠스틱으로 목소리만 가지고 불러도 괜찮을 거 같더라구요.
H : 그게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거에요. 완전히 어쿠스틱기타와 소편성으로 해서... 코지타마키가 했던 <레드와인>인가.. 그런 앨범이 있었는데 그 앨범이 보컬로 다 누르는 앨범이었어요. 그렇게 하려면 한 10년 걸릴 거 같아요.
[ 건전화합가요 ]
H : 내가 늘 욕먹는 이유중 하나긴 한데, 사람들은 늘 치기 어린 걸 하기 싫어하더라구요.
L : 아마 사람들은 이 곡의 앞부분만 정리해서 디스토션 기타 넣고, A-B만 가지고 깔끔하게 했으면 와 이거 트렌디하고 신선하다 이랬을 텐데... 이 곡은 뭐랄까... 뭔가.. 사람들이... 이걸 어떻게 들어야 하는거지? 이럴지도...
H : 하하하. 그래서 제목부터 그렇게 지은 거에요. 45RPM도 굉장히 잘 해줬고. 진표한테 추천 받았는데...
L : 예. 잘한 거 같아요. 그런데 이 곡 편곡이 너무 잘 돼 있어서 다른 제작자들이 들으면 좀 아쉬워할 거 같아요.
H : 그래요? 이게 성제가 형 이게 서브타이틀이에요 이러긴 했어요. 그런데 난 야, 웃기려고 한 노래를 그렇게 하면 내가 쪽팔리지 않겠냐? ^^ 이러긴 했는데..
L : 그런데 솔직히 제 생각에는 뒷부분만 자제를 했으면 이게 서브타이틀 가도 됐을거 같아요 ^^
H : 그런데 뒷부분을 그렇게 가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.
L : 아, 그러니까 순전히 상업적인 관점에서요.
H : 아... 그래서 <**************> 드라마에서 잘렸나? ^^;
L : 예, 아마 그쪽에서 원하는 건 앞부분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.
H : 저희가 스물 다섯곡을 녹음했어요. 거기서 센 곡들은 거의 다 뺐어요. 야, 쉽게 가. 다시는 에그의 전철을 밟아선 안되. 야, 진짜로 심각한 것들은 따로 가자. 더 멋있었던 곡들이 많았어요. 그런데 멋있으니까 더 어렵더라구요.
[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]
H : 이건 제가 95년부터 계속 미국에서 녹음을 했고... 그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비아냥 거렸어요. 결코 백인들이나 흑인들의 연주가 우리의 보이스와 묻지 않을 거다. 따로 놀거다.. 그런데 저희가 처음에 동양적인 정서를 가진 데이빗 캠벨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만나면서 잘 넘어가고.. 이제는 아예 편곡은 한국사람이 하고 외국 뮤지션들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는데요. 지금 들으시면 알겠지만 가요적이지 않은 느낌이 없잖아요. 그래서 이제 이 사람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면 가요적인 느낌을 만들 수 있는지.. 그들의 테크닉은 뽑아먹고 우리의 정서를 남길 수 있는지.. 그 부분에서 개가를 올린 곡이라고 생각하구요. 그리고 또 한가지는.. 내가 이 앨범에 대해서 얼마나 양보를 하는가.. 얼마나 마음을 여는가 하는 부분인데... 제가 원래 곡에서 목소리 잘 안키우잖아요. 그런데 이 곡에서는 목소리 완전 큽니다. ^^ 우리 엔지니어들이 형, 목소리 커야해요 이래서. 그래서 처음 들었을 때 다른 노래들보다 리버브가 많을 거에요. 형, 요즘 PC로 들으면 리버브 다 깎입니다 이래서. ^^ 타이틀이라 리버브를 많이 넣었어요. 그런데 사실은 일반적인 믹싱을 해서 가요 스타일로 믹싱을 하긴 했지만 더 고급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어서 스트링을 약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높였어요. 이 스트링 편곡이 잘 됐거든요. 그래서 좀 더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... 원래 클락 저메인이 믹싱을 했었는데 그걸 날리고 우리 엔지니어가 다시 했어요. 우리 정서하고 잘 안맞아서.
L : 이 노래가 다큐멘터리 <너는 내 운명>을 보고 만든 걸로 아는데요.
H : 정말 보면서 저는 죽었어요. 제가 세상에서 그렇게 슬픈 영상을 본 적이 없었어요. 그래서 너무 감명을 받아서... 그 때 성제하고 같이 봤었는데, 보고 성제는 빨리 가고 싶다고, 와이프 보고 싶다고 그래서... 야, 20분만 있어봐. 나 곡이 써지는 거 같아.. 이래서 썼고, 가사는 이게 타이틀이 될 거 같아서 몇 달 동안 썼어요. 사실 제가 지금 어떤 가사를 쓰든 오해를 받을 거 같아서...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면서 썼어요. 많이 걸러내면서 썼죠. 오늘도 사실 기사가 났었고...
L : 났죠.
H : 사실 음악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음악에 삶이 녹아나는게 미덕이라고 말했거든요.
L : 그렇게 말하면 그런식으로 나오는거죠 (...) 그런데 이승환씨가 이렇게 하는 말들이 언론에 의해 굉장히 선정적으로 왜곡되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. 지금 대화하는 건 굉장히 관조적이고 여유있는데 언론에서는 뭐 “이번엔 기둥 뿌리를 뽑았어!” 이런 느낌이니까.
H : 이젠 신경 안써요.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.
L : 그런 것들 때문에 귀신소동 이후로 외부의 시선들이라든가, 외부 사람들에 대해서 경계하는 느낌도 있는 거 같아요.
H : 경계하죠. 드림팩토리는 내가 보호받기 위한 울타리고. 난 정말 말을 솔직하게 하는데 언론에서는 그것마저 가식적이라고 말하고 그것도 이미지메이킹이라고 하니까. 사실 과거에 나하고 언론하고 굉장히 사이가 나빠서... 뭐 전에는 갈비집이나 하란 소리까지 듣고 ^^; 자기네한테 마음 안들면 죽이겠다고 하니... 그런게 다 싫은 거죠. 그래서 얼마 전에도 기사 나왔지만 정말 ‘당부’ 부를 때 너무 싫어서 그만 둘까 생각했었어요. 그래도 요즘엔 인터넷 언론 생기면서 많이 좋아진 것도 있는데.... 내가 무슨 얘기만 하면 다 그런식으로 써버리니까. 도대체 내가 내 얘기를 안 담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며, 가사를 뭘 쓰라는 건지.
L : 책 읽고 쓰라는 건가보죠.
H : 아니 내가 책을 읽고 쓰든 간에 뭘 쓰든 간에 다 그쪽으로 생각할텐데... 내가 4집부터 노래에 진짜 내 얘기를 담았는데.. 옛날 세대였다면 이런 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, 옛날엔 라디오같은 걸로 음악을 많이 들어서 청자들이 노래를 자기 경험처럼 담는데 주저하지 않았고, 상상력을 통해서 자기 안에서 자신의 노래로 바꿀 수 있었던 거 같아요. 그런데 요즘에는 주입식인 거 같아요. 이건 이거야!
L : 요즘엔 보컬도 주입식이 있잖아요. 그냥 쭉 몰면서 쫙~ (....)
H : 아우, 내가 ************* 노래 들었는데 깜짝 놀랐어요. 야, 리듬이랑 멜로디가 전혀 안맞아. 이걸 어떻게 편곡이라고 했어? 이랬는데...
L : 그런 거 같아요. 그 사람들이 몰라서 안한 것 같지는 않고, 그렇게 리듬을 그냥 일률적으로 깔아놓고 멜로디만 더 잘들리게 한 거 같아요.
H :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노래 자체를 워낙 명확하게 못 부르니까 그걸 잘 못맞춘 거 같기도 하고.
L : 그런데 듣고 아무 말 없는 게 더 문제죠.
H : 뭐 우리나라는 소몰이하듯 여론몰이 하면 잘부른다고 하니까.
L : 아, 그런데 요즘 목 상태가 어떠세요?
H : 아, 요즘에 안좋아요.
L : 그게 제가 8집 리뷰를 앞으로 쓰게 되면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인데 ^^; 8집때 굉장히 목이 안좋은가 보다 했거든요. 나무꾼의 노래처럼 힘을 빼고 원래 톤만 가지고 부를 때는 괜찮은데 ‘물어본다’처럼 고음으로 올라갈 때 폭이라든가 힘이라든가 굉장히 안좋아져서 목 상태가 많이 안좋아진거 같았어요.
H : 이번 앨범에서는 그걸 그래도 조절을 잘 한게, 제가 목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부른 적도 있고. 옛날엔 제가 스무곡씩 불러서 그 중에서 고르고 그랬잖아요. 게다가 이번에는 공연들도 있고 하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. 그래서 공연 전에 일단 발라드를 쫙 불렀어요. 공연하면서는 미디엄템포를 쭉 부르고. 센 노래들은 다 공연 끝나고 불렀어요. 내가 목이 안 좋을 게 분명하니까 그거 지나면 부르자. 아마 ‘물어본다’같은 경우도 그랬을 거에요. 제가 센 노래를 부른 다음에 불러서 목이 많이 약해졌을 거에요. 그래서 이번엔 약한 노래 먼저 부르고 목이 좋아진 다음에 센 노래를 불러서 많이 좋아졌을 거에요.
L : 예.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깔끔하게 잡힌 거 같아요. 전에 리뷰에 쓴 얘기지만 이승환씨 목소리는 얇은 상태에서 고저음이 다 돼서 힘이 들어가면 좋지만 그게 안 될 때는 그게 약점이 되는 목소리인데..
H : 예. 제가 그래서 이번에 운동을 굉장히 하드코어하게 했어요. 하루 서너시간씩 근육 운동을 하고나서 녹음을 해야하니까.. 그래서 일단 운동을 한 다음 식사를 하고 잠을 잔 다음, 다시 일어나서 녹음을 하고 그랬는데 그게 주효한 거 같아요.
[ 남편 ]
L : 우리나라 가요중에 가야금 편곡이 가장 잘 된 노래같은데요 ^^
H : 우리 가요중에 장구가 이렇게 들어간 노래가 있었나요?
L : 아마 없을 거 같은데요. 그리고 가야금이 베이스나 기타처럼 자연스럽게 섞였네요.
H : 예전에 국악하는 친구들이 레코딩 세션 하면, 많이 헤맸어요. 그런데 이번에 너무 잘하는 친구를 알게 된 거에요. 원일씨라고 국악하고 영화음악 하시는 분한테서 소개를 받았는데 너무 잘하더라구요. 녹음할 때 얘기만 해주면 너무 무리 없이 잘해요. 그리고 이 노래는 편곡을 한 6번 다시 한 거에요. 가사를 미리 써놓은 거고 짜놓은 그림이 있어서 그 그림에 맞게 편곡을 하는 게 중요했거든요.
L : 그게 어떻게 보면 이 앨범의 성격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. 이 앨범은 끝까지 듣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라고 들어요. 솔직히 이 곡이 도저히 팔리지는 않을 거 같아요.
H : 그래요? 흠흠 ^^;
L : 아, 그게 타이틀곡은 드라마나 영화와 타이업 한다든가 뭔가 방법에 따라서 효과가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...
H : 전 컬러링에 ‘너만을 사랑해’ 나올 거 같은데요? ^^
L : 그런데 다른 곡들은 정말 듣는 사람을 위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. 끝까지 듣고 전체적으로 느낌을 얻는 사람을 위한 거지 훅 한 두 마디만 듣는 사람들은 이게 왜 이러지? 이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.
H : 예. 감상하는 사람을 위해서 만든거니까.
L : 아마 가야금 연주 다 듣고, 가사도 천천히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들으면 좋아하겠죠. 쭉 퍼지면서 현실하고 약간 떨어진 거 같은 느낌까지 잡아내면 더 좋아할 거 같고.
H : 맨날 사람들이 1,2집이 좋아요 이러니까. 그래서 어 그래? 발라드가 좋은 건가? 그럼 발라드를 해볼까?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...
L : 그런데 발라드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.
H : 아, 갈수록 이상해 지는구나 ^^;
L : 그게 본인의 감성을 최대한 세밀하게 전달하는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같은데.. 그런 것에 대해서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 거 같아요.
H : 이 노래는 옛날부터 해왔던 오리엔탈적인 걸 해본 건데.. 이번 앨범에서 오리엔탈 세 곡을 묶어보자 해서 ‘소통의 오류’까지 세곡을 넣어봤어요.
L : 그런데 이 곡은 코러스를 누가 한 거죠?
H : 아, 이 곡은 멜로디는 제가 다 만들었어요. 디렉팅은 성제가 했고.
L : 성제씨가 요즘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거 같아요 ^^;
H : 예. 그런데 성제가 이번엔 아파서 미국에서 디렉팅만 하고 빠졌어요.
L : 그런데 정말 영화음악을 해보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네요.
H : 아, 그렇지 않아도 내년 3월에 개봉하는 영화에 저희가 음악을 해요.
L : 예. 이승환씨가 직접 맡아서 영화 음악을 하는게 훨씬 비젼이 있지 않을까...
H : 그래야 경제 활동이 될까요? ^^
L : ^^ 이승환씨 음악은 영상이 붙었을 때 대중이 더 쉽게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. 물론 대중이 다 상상을 하면 좋겠지만, 음악에 스토리가 있는 거 같아서 그걸 풀어주는 영상이 있으면 효과적이지 않을까하는...
H : 제가 8집으로 활동할 때 가장 기뻤던게 임수정씨가 라디오에서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. ‘심장병’을 요즘 제일 좋아한다고. 왜 좋아하냐고 하니까 영화같다고 그러더라구요.
L : 예. 음악으로 스토리텔링을 잘 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, 이번 앨범을 들으니까 확실히 그런 거 같아요.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가 승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...
H : 원래 영화를 좋아하니까 음악을 만들 때 영상을 좀 그리긴 하거든요. 이게 ‘남편’인데.. 그러니까 그게 말야... 뭐 이런식으로.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도 단어의 의미를 목소리로 함축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. 요즘에는 그런 걸 많이 간과하는 거 같아요.
L : 예전부터 기승전결을 하나하나 따졌잖아요. 아, 그러니까 영화나 드라마쪽하고 어울리겠구나...
H : 그런데 그 기승전결이라는 게... 제가 데이빗 캠벨한테 정말 감명받은 게 그거거든요. 기승전결을 정말 철두철미하게 지켜요. 뭐 하나라도 어떻게 하든 더 빌드업 하고 빌드업하고 그러는데. 그게 정말로 정도라고 생각하죠. 음악의 정도.
L : 그게.. 미국에서는 그런 책도 나왔었죠. 시나리오의 이해처럼 작곡하는 법해서 기승전결을 어떻게 지키고 어느 부분에서 포인트 넣고... 4집부터 앨범 전체가 기승전결이 있었죠?
H : 그랬죠. 이 노래를 이 노래 뒤에 배치하면 어떤 효과가 날까 이런 것들도 생각하고.
L : 5집에서 ‘애원’에서 ‘푸념’으로 넘어갈 때 소리가 이어지는 걸 참 좋아했었어요.
H : 그거 되게 어렵게 한 거에요.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에 테이프를 다 잘라서 했었는데 ^^
L : 그 걸리는 느낌이 참 좋았는데.. 요즘에는 사람들이 ‘애원’만 들을지도 모르겠네요.
[ 소통의 오류 ]
L : 저기......
H : ?
L : 혹시 타령 멜로디를 배우셨나요?
H : 아뇨?
L : 그런데 왜 멜로디가 타령으로...
H : 그게... 타령을 하고 싶었어요.
L : 아니 그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닌데;
H : ..... 타령스럽게 하고 싶었고 ^^; 제가 지누한테 꽹과리 넣자고 하니까 처음에는 안돼요.... 이러다가 듣고나선 형 말이 옳았어요 ^^
L : 신기한 게 하드록하고 타령하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섞이네요.
H : 이게 원래 미국에서 기타를 탐 피어스가 쳤었어요. 정말 칼같이 정확하게 치는 아저씬데요...
L : 감을 잘 못잡지 않아요?
H : 감을 못잡더라구요. 와서 내가 지누한테 팀 피어스가 너무 깨끗하게 쳤어 어떡하지? 지저분하게 치는 걸 두려워해 이랬는데... 결국 상순이가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불러서 지저분하게 치게 했어요. 저희가 원하는 건 지저분하게 치는 거였거든요. 팀 피어스 건 FX 사운드로 효과음만 쓰구요. 사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지저분했어요. 더 지저분했어야 했다고 생각했거든요. 그래서 미국 엔지니어들은 헉! 이랬고...
L : 우리나라 사람만 이해하는 거니까 ^^
H : 예. 그래서 미국 엔지니어가 꽹과리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몰라서 그건 우리 엔지니어가 대신 잡아주고.
L : 그런데 편곡도 편곡인데 멜로디가 타령조하고 하드록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섞여서; 그게 구획이 타령하고 록으로 나눠진 것도 아니고 그냥 이어지니까.
H : 그걸 어색하지 않게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생각해요.
L : 퓨전 음악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둘 중 하나일 거 같아요. 좋아하거나 깨거나.
H : 내가 음악할 때 김현정의 ‘너 정말’처럼 제가 되게 장난스럽게 쓰면 떠요. 내 앨범에서는 가오가 있으니까 그렇게까진 안하는데, 이 노래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봤어요. 처음부터 국악을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써놓고보니까 타령이 나와서 그럼 국악으로 만들어볼까? 그렇게 된거죠.
L : 사람들은 굉장히 재밌게 들을거 같아요.
H :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되게 유머러스한 가사를 쓰는 걸로 생각하잖아요. 무슨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5인의 작사법같은 걸 보면.. 그렇게 유머러스하게 쓰면 사람들이 그 곡의 가치마저도 폄하시키려고 하더라구요. 그래서 가사는 일부러 소통의 오류 그런 식으로 어렵게... 보완 장치를 해놨죠.
L : 그런데 이 곡은 재밌게 써야 할 거 같은데 ^^
H : 그러면 욕먹을 거 같아요. 난 ‘못말리는 봉팔이’가 최고로 아까운 곡이라고 생각하거든요. 그 노래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. 그런데 그 앨범 나왔을 때 팬들이 제일 깨는 곡이 그거라고 했었어요.
L : 그 노래 사운드 정말 최고였는데.
H : 아유, 그 노래 멜로디도 훌륭하고 다 훌륭해요. 가사도 재밌고 얼마나 좋은데.
L : 심지어 그 노래가 은근히 대곡이잖아요.
H : 그거 돈 진짜 많이 들여서 했어요. 빅밴드 쓰려고...
L : 그런데 제가 정말 음악리뷰를 쓰려고 했던 게 그 6집부터였어요. 전에는 서태지씨 앨범 리뷰만 쓰고 이제 나는 앨범리뷰와는 상관없는 길을 가야지 했는데... 그 6집 앨범을 듣고 깜짝 놀랐었어요.
H : 깜짝 놀란 14명중 한명이에요.
L :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^^;
H : 모르겠지만 13명은 더 있을 거 같아요. 다들 안 놀래더라구요 ^^; 6집도 굉장히 아쉬운 앨범이죠. 5집에 가려서...
L : 그런데 전 6집을 아직도 가장 좋아해요. 저는 그 앨범이 우리나라 가요를 클래식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한 몇 장 중에 한 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.
H : 그랬죠.
L : 그 앨범의 스트링을 듣고 그 후에 국내 가요의 스트링이 저한테는 좀 의미가 없어졌어요. 제가 그 때 듣고 놀랐던 게 ‘그대는 모릅니다‘가 후렴구가 나올 때까지 한참 걸리잖아요. 딱 한 번 나오고. 그리고 나머지 전개는 모두 스트링 전개로만 다 꾸미는데 이건 팝 스트링이 아니라 클래식 스트링이더라구요.
H : 예. 그렇게 의도하고 한 게 맞아요.
L : 그래서 아니, 이런 스트링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거야? 이러고 들었는데..
H : 그 앨범이.. 완전히 망한 이유가.. ^^;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. 그런식의 스트링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.
L : 예전에 우리나라 스트링 편곡이 그런게 있었잖아요. 누구라고 차마 말은 못하지만 스트링이라고 해놓고 멜로디 달랑 하나만 위에 올려놓는거.
H : 하하. 전혀 감싸지 못하고 딱 떠있는.. ^^
L : 그런데 그 때 그 노래를 듣고 놀란게.. 클래식 편성이 멜로디 하나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대편성으로 다 나눠져 있더라구요.
H : 예. 오케스트라 편성을 하면 숫자가 그만큼 많아지니까. 미국가면 40인조로 하잖아요.
L : 예. 그런데 보통 그렇게 편성을 해도 보통의 스트링 편성은 하나의 멜로디에 나머지 사운드가 감싸는 정도로 가는데... ‘그대는 모릅니다’는 각각의 악기들이 연주하는 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더라구요. 어느 하나 빠지면 안되겠다 싶을 정도로.
H : 그게 보이싱이라고 하는 건데요. 데이빗 캠벨의 보이싱이 정말 경이로워요. 어떻게 해야 다른 악기들의 음을 다 감싸면서 채워주고.. 그걸 모두 계산을 해요.
L : 예 정말. ‘천일동안’도 대단했지만.. ‘그대는 모릅니다’는 모든 스트링이 각각의 층을 이뤄서 노래의 멜로디나 스트링의 주 멜로디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가 하나씩 다 쌓여나가면서 곡을 만들다가 드럼하고 베이스가 들어가면서 거기서 더 스케일이 커지면서 데이빗 캠벨의 스트링이 완전히 날려 버리는데.. 잠깐, 이건 가요가 아니라 클래식에 가요 멜로디를 입힌 거잖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.
H : 그게 스케일 크게 만드는 드럼 아저씨 존 로빈슨이라고 ^^ 그리고 천일동안은 녹음 하고 나서도 스트링 샘플러를 가져와서 그걸 다 다르게 피치를 설정해서 조금씩 섞었는데, ‘그대는 모릅니다’는 녹음한 사운드를 그대로 썼어요.
L : 예, 그러니까 그냥 짧은 길이의 클래식 한 곡이더라구요.
H : 그게 희열이하고 나하고 다짐했던 게, 우린 이 곡으로 ‘천일동안’을 능가하는 곡을 만들어야 해.. 이랬어요. 사실 우린 ‘천일동안’보다 더 훌륭한 발라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,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꼬랑지를 내린거죠 ^^
L : 그런데 저는 능가했다고 생각해요. ‘천일동안’처럼 멜로디 중심으로 만드는 방식이라면 또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접근법부터 달랐다고 생각하거든요.
H : 내가 그 때 데이빗 캠벨한테 주문했던게, 나는 이 곡에서 오리엔탈 사운드를 넣고 싶다고 했거든요. ‘당부’에서도 그랬고. 그게 ‘천일동안’과 구별되는 우리의 지향점이었고...
L : ‘천일동안’은 우리가 처음 이런 걸 했다는 걸 보여줬다면 ‘그대는 모릅니다’는 거기서 훨씬 진화해서 편곡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영역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...
H : 여러 가지를 넣을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긴거죠.
L : 그런데 그 때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었어요. 팔릴까? ^^;
H : 안팔렸죠. ‘세가지 소원’ 아니었으면 완전 망했을 걸요? ‘그대는 모릅니다’를 아직도 사람들이 기억 못해요. ^^
L : 그래서 ‘그대는 모릅니다’를 음악하려는 친구들한테 들어보라고도 하는데.. 후에도 데이빗 캠벨 아저씨가 한 정석적인 스트링 편곡중에는 그만한 완성도를 찾기 어렵더라구요. 자기 아들 (Beck)의에서 다른 방향으로 스트링의 걸작을 내긴 냈지만 ^^;
H : 그 아저씨 별거 다하잖아요. 전에 키스 라이브 보니까 페인팅하고 지휘하고 있던데 ^^
그 런데 미국같은 경우는 다 돈 별로 딱 그만큼 해요. 이 아저씨가 특 A급인데 정말 특 A급만큼 해주고. 이번에 우리 드럼을 조쉬 프리즈라는 친구가 쳤는데.. 처음에는 되게 까탈스럽게 해서 왜 이래? 이랬는데... 치니까 정말...
L : 그런데 사운드에 계속 주력을 해왔는데, 왜 그토록 사운드에 몰두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?
H : 내가 어렸을 때 스피커를 통해 감동받았던 건 소리였거든요. 나는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아요. 가사는 잘 안들리고 다 소리로만 들려요. 소리에 결부되지 않고 가사나 멜로디만으로 감동받는 건 익숙하지 않아요. 보컬이 어떻게 노래를 하는가를 듣고, 편곡과 사운드의 배치를 들어요. 갑자기 멜로디만 들리는 음악을 하라고 하면 내가 못 참아요.
L :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계하고 점점 떨어지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.
H : 그렇죠. 점점 동떨어지고 있죠.
L : 어떤 사람들은 쉽게 가면서 더 잘되기도 하는데, 그런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?
H : 양지에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음지에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듯이, 나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. 드림 팩토리처럼 기존 홍보방식에 의존 안하고, 나처럼 대중성하고 상관없는 음악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. 2~3년 전에 가요계에서 CD가 없어질 거라고 얘기했다가 욕먹기도 했는데, 결국 이렇게 됐잖아요. 이 현실을 빨리 알렸어야 했어요. 그래야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받았을 테고. 그 때도 계속 “여러분 사랑해요”, “우리 잘 된다” 는 식으로 홍보하니까 사람들이 “그래도 쟤들은 밴타고 다니네” 이러고... 그러다가 이렇게 돼 버린 거에요. 제작자들이 너무 자기 앞가림만 하려고 했죠.
L : 그런데 사운드라는 부분에 있어서 매 앨범마다 그 지향점이 조금씩 달랐는데, 그런 사운드가 가지는 어떤 궁극적인 목표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?
H : 조화에요. 제 사운드는 조화를 지향해요. 톤이나 그런 것들은 그 다음 문제에요. 원하는 소리가 원하는 곳에 배치돼야 하고, 그것들이 조화롭게 모두 표현되는 것. 곡을 배치할 때도 조화의 문제를 생각하죠.
[ 울다 ]
H : 이게 영환이 곡인데, 우리 밴드에 있던 애이기도 했지만 정말 일취월장 한 거 같아요. R&B 스타일이긴 한데 제가 그리 잘 꼬진 못하니까^^; 편하게 불렀어요. 목소리는 좀 진하게 냈고.
L : ‘Song for you’ 이후 이런 곡이 꼭 하나씩 ^^;
H : 그런데 가사는 희극과 비극이니까 ^^; 사실 저는 이 노래 가사를 되게 공감할 줄 알았어요. 손톱을 깎다... 그런데 다들 손톱깎다가 그러지 않는가 보더라구요. 샤워를 한다..에서는 공감하는데...
L : 음....
H : 안그런가? ^^;;
[ 손 ]
L : 보컬 녹음이 특히 잘 된 거 같아요.
H : 이번에 녹음하면서 새로운 마이크를 사고 장비를 사면서 계속 녹음을 하고, 그러면서 이건 어때? 이건 어때? 하면서 계속 바꾸면서 녹음을 해서 다른 때보다 보컬 녹음이 좋아진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.
L : 다른 곡들보다 더 멜로디가 더 잘 들어오는 거 같아요.
H : 확실히 트렌드를 아는 놈(황성제)이라 ^^
L : 그런데 보컬의 경우에 더 힘을 뺀 거 같아요.
H : 예. 그랬죠. 그래서 미국 엔지니어들한테 계속 물어봤어요. 내가 에이브릴 라빈같은 걸 들어보면 고음역대도 아니고 되게 편하게 부르는데 어떻게 힘이 들어가?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? 그래서 이 곡에서 그런 걸 해봤는데.. 중음역대에서 세게 들어가게 하는 게 뭔가 있긴 한데 아직 찾지는 못했어요.
L : 예 저도 켈리클락슨같은 거 들어보면 그 친구야 음역대도 높긴 하지만, 저 갈아버리는 디스토션에 뭔가 있는 거 같긴 한데 하면서..
H : 맞아요. 뭔가 있는데.. 그래서 마이크 세팅을 굉장히 다르게 해봤어요. 입에 하나 두고, 정수리에 하나 두고. 그렇게 합쳐보니까 좀 더 힘이 들어가더라구요. 분명히 흡음하고 반사파를 어떻게 하는 게 있는데...
L : 예. 분명히 뭔가 쭉 퍼지면서 거기서 한층 깔아주는 게 또 있는데 그게 뭔지 아직 모르겠더라구요.
H : 맞아요. 동양인이라고 힘이 여자보다 딸리겠어요 ^^;
[ Rewind ]
H : 앨범 뒤에 가면 제가 폼나는 걸 넣거든요. 이 곡부터 시작됩니다.
L : 이 곡은 뭐.... 믹싱이 환타스틱인데요.
H : 다 들려. 안 들리는 게 하나도 없어 ^^ 이렇게 복잡한 걸 다 들리게 하다니. 이걸 믹싱을 두 번 했어요. 첫날하고 다시 한 번 더했는데 시차에 적응되고 나니까 더 좋아지더라구요. 그리고 이거 뒤에 확 넓어지는 건 공연장에서 팬들하고 같이 녹음한 거고. 뭐.. 분명 다들 안 좋아할거에요. 공연 때도 했지만 안 좋아하더라구요. ^^
L : 다른 걸 다 떠나서 곡을 이해하기가 힘들겠는데요. 일반 대중들은.
H : 뭐 음악하는 친구들이나 좋아하는 곡인 거죠.
L : 버클리 음악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^^;
H : 그렇죠. 들어봐~ 이러고. ‘Rewind'는 처음에 존 페냐라는 친구가 베이스를 쳤을 때.. 처음엔 몰랐어요. 우리가 잘못 선택했나.. 우리가 잘못한 건가.. 이랬는데, 이상하게 여러번 하면서 믹싱하고 그러면 다 좋아지더라구요. 이상해요. 그 이상한 음정이 되게 매력적이고 희한한 게 있더라구요. 처음에는 큰일났다.. 음정이 저게 뭐야 그랬는데 하면 할수록 좋아지니까...
L : 이렇게 믹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?
H : 돈을 많이 주면 돼요.
L : (.....)
[ Pray for me ]
H : 저는 이게 타이틀....
L : 절대로 타이틀은 아닌데요 -_-;
H : 그래요? 하하하 타이틀 아냐 이거?
L : 이게 8집으로 따지면 'KARMA'하고 '하찮은 사랑'을 섞어놓은 건데...
H : 미국 사람들은 이게 타이틀이야~ 이러던데.
L : 제 생각도 그래요. 미국 사람들은 이걸 타이틀이라고 했을 거 같아요. 미국에서 원래 락 듣는 사람들한테 이 곡은 굉장히 익숙한 감성일 거 같아요.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크로스오버적인 음악을 자연스럽게 듣는 문화가 만들어져 있고 그게 그 사람들 감성이기도 하니까 좋아할 거 같은데.. 한국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듣는 전통이 없었으니까요.
H : 그 전통을 만들고 싶은 바램도 있었어요. 야, 이런 건 멋있는 거야 이러면서. 음악하는 친구들은 다 좋아하던데 ^^
L : 정말 좋아하겠죠 ^^
H : 이런 식으로 만드는 음악은 국내에서 없었던 거 같은데...
L : 아마 없을 거에요.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고. 요즘 그런 생각이 드네요 ^^;
H : 이런 걸 인디에서 해주면 좋은데 요즘 인디에서도 가볍고 통통튀는 걸 많이 하니까.. 그래서 그런 계획도 있긴 해요. 젊은 애들 뽑아서 나는 아무도 얼굴을 알 수 없게 분장해서 인디밴드로 공연하고.. 그런식으로 맥을 좀 잇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해요.
L : 아까 이승환씨가 말하신.. 요즘 사람들이 발라드를 좋아하나보다.. 이런 말을 하셨는데 그보다는 그 사람들이 정해놓은 감상법 안에 들어가야 하는 거 같단 생각은 들어요.
H : 하긴 우리는 옛날에 록한다고 하면 레드제플린하고 딮퍼플 듣고 그랬는데 지금은 기타 치는 애들도 듣는 음악이 버즈 정도라고 하니까...
[ We are the dreamfactory ]
H : 최근에 가요의 가장 안타까운 변화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이.. 왜 짧아야 하는 건지 ^^; 저는 기승전결을 지켜야 하는데 왜 짧아야 하는건지. 그래서 이 곡도 옛날같으면 뒷 부분에 더 재밌는 걸 하고 싶었는데 짧아서 약간 등떠밀려 짧게된 ^^
L : 그래도 앨범 앞 부분에 워낙 꽉 차있어서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요?
H : 예. 앨범 수록곡중에 멜로디가 가장 세련되지 않았나 싶고... 제시카 H.O는 목소리가 정말 대단해요. 제가 5집 때 ‘늑대들의 합창’에 참여했던 싸이 러브 차일드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계속 찾았는데 연락이 안돼서 포기하고 있다가... 제시카 H.O가 그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죠. 솔로 때 그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컨셉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.
[ No pain No gain ]
H : 보디빌더들을 위한 노래입니다. ^^
L : 곡은 정말 멋있는데 ^^ 7집때 ‘Fight' 업그레이드 같은데요.
H : 그 때 해놓고 쪽팔려서 ^^; 일단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게 하자..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고.. 옛날에 내가 했던 장르인데 실패했던 게 있으면 다음 앨범에 꼭 만회하려고 하는 게 있는데.. 그럴 때 이를 악물고 하게 되는 게 있죠. 그리고 제가 바디빌딩을 배웠던 사람이 록을 정말 좋아하더라구요. 그래서 곡을 한곡 만들자 생각도 했었고...
L : 곡이 정말 멋있는데...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(....)
H : 하하하 (...) 다 그렇지 뭐 (....)
L : 외국에서는 오히려 좋아할 거 같아요. 그 친구들 따라하는 노래는 싫어할 거고, 사운드는 그쪽으로 가되 멜로디는 그쪽으로 가니까...
H : 조금 뽕끼가 있죠. 뭐 안되는 걸 이미 알아서 맨 뒤에 넣었어요. 제 계획은 사람들이 ‘손’까지만 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. 아마 뒤까지 듣는 건 우리 팬들일거고... 그래도 이번엔 꽤 오래 들을 수 있는 앨범이에요. 다른 앨범들은 7번부터 그렇게 나갔으니까.. 많이 배려했어요 이번엔 ^^ 굉장히 상업적이에요 ^^ 사실 힙합스러운 음악도 하고 그랬는데 일단 뺐고..
L : 질러주시는 김에 한번.. ^^
H : 그런데 다들 뭐하러 CD에 열 몇곡 넣냐고 그러더라구요. 차라리 후에 몇 곡 더 넣어서 한 장 더 내지 이러기도 하고... 그렇잖아도 영화음악 제의 들어왔으니까 그런 거에 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.
L : 정말 영화음악쪽을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거 같긴 해요.
H : 그런데 사람들이 아직도 덩크슛이나 플란더스의 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화음악하곤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구요.
L :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 음악도 힘들다면 대안이 따로 있을까요? 결국 지금도 뮤지션은 CD와 공연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많은데.
H : 없죠. 온라인 음원으로 수익이 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그건 10대와 20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가수들이나 가능한 거지 우리는 아니에요. 30대 이상이 온라인 음원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%가 안 돼요.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공연밖에 없는데요... 뮤지컬 시장이 공연 시장을 잡아먹고 있어서 공연 시장도 점점 축소되고 있고.... 대안이 있다면 아마 우리 연기자들이 잘 되는 거, 회사가 잘 되는 길 밖에 없을 거 같아요. 다들 전업하는 생각밖에 안하지... 내가 경영에서 손을 뗐으니까 더 잘 될 같아요 ^^; 사실 이렇게 좋은 사운드를 내고 싶어하면 돈을 써야 하는데 언제까지 계속 돈을 쓸 수는 없는거고.. 이제는 더 하면 집을 팔아야할 판국이니. 사실 2002년전까지 공연 수익은 안났어요. 팬서비스였던 거고, 드림팩토리하느라 다른 가수들처럼 큰 수익을 냈던 것도 아니었고. 요즘엔 전국 투어를 한다해도 입장수익보다 하드웨어 운반비가 더 들지... 우리나란 공짜표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서 ^^
[ Outro ]
L : 여러모로 이번 앨범이 인생의 전환기인 것 같아요. 30대에 접어들었을 때 발표한 앨범에서는 ‘붉은 낙타’를 통해 불안과 혼돈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, 40대에 접어드는 지금은 어때요?
H : 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안해요. 요즘 내 좌우명이 “내일이 없다”에요. 미래가 없는 거죠. 그래서 오늘밖에 없으니 남은 돈을 다 써서 후회 없는 음악을 만드는 거에요. 초조하지도 않고. 사실 지금 제일 안타까운 건 음악 하는 사람에 대한 경외스러운 눈길이 사라졌다는 거에요. 음악 잘하는 사람에 대한 친근감과 호감도 같은 거. 과거 우리를 딴따라로만 바라본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요. 부모님이 “너희 어떻게 먹고 살려고 그러니” 했던 딴따라. 지금은 돈 많이 버는 사람들만 훌륭한 사람처럼 인정받고 있는 세태라 돈 못 버는 뮤지션들은 더 해결이 안 나는 거 같아요. 음악을 잘해도 인정받지 못하니, 나처럼 잘 못하는 사람 말고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죠.
L : 그렇군요. 그러면 17년 동안 아홉 장의 정규 앨범을 내면서 이승환의 음악은 결국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?
H : 음.. 명예였던 것 같아요. 나라는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대하게끔 했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거. 그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조금 더, 조금 더 하게 됐던 것 같아요. 뭐, 말이 명예지, 사실 가오죠 ^^
L : 클로징 멘트로 딱 어울리는 말씀을 해주셨군요. ^^ 감사합니다.
H : 수고하셨습니다!
인터뷰 / 정리 : 강명석(lennonej@freechal.com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