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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작곡가 이영훈의 편지
    home/jai 2009. 8. 11. 00:42


    2005년 11월의 어느 날 - 작곡가 이영훈의 편지 中


    ‘음악을 한다는 것’
    ...
    내가 써왔던 300여 곡의 작품이 있는데,
    그중에 100여 곡은 노래 습작이었고 120곡 정도만이 발표된 노래입니다.
    그런데 그 120여 곡 중에서도 대중들이 사랑하는 곡은 그 반쯤밖엔 안 될 겁니다.
    무슨 소린가 하면, 내가 좋아서 했다는 것입니다.
    오늘도 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어떤 곡이 나올지는 저 자신도 알 수 없으니까요.
    돈과도 상관없어요. 누가 내게 10억짜리 곡을 써달라 한데도 그 가치의 곡이 나올지 모른다는 거지요.
    내 필생의 역작이 언제 나올지 나 자신이 알 수가 없으니 늘 피아노를 떠날 수도 없고, 또 쉽게 피아노 앞에 앉지도 못하는 거죠.
    내가 만족하는 음악이 나를 이 길로 이끈 것이고 작곡가로 불려질 자격을 준 것입니다. 결국 누구도 내 음악을 판단할 순 없는 것이지요. 하지만 평가는 받겠지요? ^^
    그런 것들이 무슨 큰돈이라도 되겠습니까? 그 노력에 비하면 뭘 해도 그만큼들은 벌 텐데요. 다들 좋아서 밤샘을 하는 겁니다.

    나 자신도 젊을 적에 음악인으로서의 ‘가능성’에 대해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.
    지금도 그렇구요.
    나도 소연씨와 마찬가지로 시도하는 겁니다.
    다만 내가 소연씨와 다른 건,
    ‘음악하는 사람이다’라는 마음으로 그 끈을 놓질 않는 겁니다.
    내가 소연씨에게 본 것이 바로 그 끈입니다. 가는 실같이 약한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 온 모습을 보게 된 것이지요.
    언제 끊어질지 모르게 가늘지만 희한하게도, 그 끈을 소연씨는 오늘도 잡고 계신 거고 나 같은 경우는 30년이 다 되어가네요.


    차라리 시도하시기가 겁나면 항상 즐기세요.


    어쨌거나 음악을 사랑하는 소연씨,
    음악의 중심부로 들어오세요.
    그 안에는 잘하는 사람도 있고, 못하는 사람도 있고, 못생긴 사람도 있고,
    잘생긴 사람도 있고, 가난한 사람도 있고, 돈 많은 사람도 있고, 정직한 사람도 있고, 사기꾼들도 많고, 나이 든 사람도 있고, 어린 놈들도 있고… 징그럽게 우글우글하며 얽혀 있습니다. 거만한 놈, 유치한 놈, 쓰레기 같은 놈, 피아노도 못 치는 놈, 음악도 안 듣는 놈, 여자 남자 애 어른… 지겨운 음악 세계가 있습니다.


    중요한 건 별 사람이 다 있지만 명칭은 ‘음악 하는 사람’입니다.
    그 세상에서 어떤 평을 받든 들어와야 음악 하는 사람이다, 라는 소리를 듣습니다.
    소연씨가 하는 것뿐입니다. 소연씨가 음악을 해야 음악 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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